가끔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처음부터 달라스를 선택했어야 했을까?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이서진의 달라달라를 보다가 문득 텍사스 생각이 났습니다.

화면 속 넓은 도로와 텍사스 특유의 분위기를 보니 반갑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오래전 제가 했던 선택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때 처음부터 휴스턴이 아니라 달라스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저는 한때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텍사스 휴스턴으로 이주해 살았습니다. 당시에는 생활비, 사업 기회, 새로운 환경을 생각하며 텍사스를 선택했습니다.

휴스턴에서의 시간을 후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에서 배운 것도 많았고, 텍사스라는 주가 가진 매력도 직접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온 지금도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약 처음부터 달라스로 갔다면 지금도 텍사스에 살고 있었을까?”


달라스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도시였습니다

달라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넓은 고속도로입니다.

물론 미국의 많은 도시들이 차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달라스는 그 규모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넓은 도시 구조를 보면서 “텍사스는 정말 크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달라스는 단순히 텍사스의 한 도시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생활권처럼 느껴졌습니다. 한인 마트, 식당, 비즈니스, 주거 지역이 넓게 퍼져 있고, 도시 전체가 계속 확장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달라스가 마치 물가가 조금 낮은 LA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LA와 완전히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한인 커뮤니티의 규모, 도시의 복잡함, 비즈니스 기회,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보면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많은 한인들이 달라스를 선택할까?

주변을 보면 캘리포니아나 다른 주에서 세금, 생활비, 비즈니스 문제로 텍사스로 옮기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달라스는 한인들에게 특히 자주 언급되는 지역입니다. 한인 커뮤니티가 크고, 학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들에게도 관심이 높은 곳입니다.

플래이노, 프리스코, 캐럴턴 같은 지역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었고, 실제로 자녀 교육과 안정적인 생활을 이유로 이주를 고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휴스턴도 분명 좋은 도시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달라스가 가진 한인 인프라와 도시 규모가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휴스턴이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이 휴스턴을 부정적으로 말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오히려 휴스턴은 가족 중심적이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강한 도시였습니다. 한국 기업 주재원들도 많았고, 영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처음 미국에 정착하기에는 생각보다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휴스턴은 경제적으로도 큰 도시입니다. 에너지 산업과 무역이 발달했고, 도시 안에는 부유한 지역과 안정적인 주거 환경도 많았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휴스턴의 습한 날씨, 허리케인 시즌의 긴장감, 그리고 가족 중심적인 생활 패턴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생활비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사업이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느꼈습니다. 사람들의 소비 패턴과 도시의 리듬이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오스틴이라는 선택지도 가끔 떠오릅니다

달라스만큼이나 가끔 떠오르는 도시는 오스틴입니다.

오스틴은 텍사스 안에서도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젊고, 빠르게 성장하고, 테크 산업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테슬라는 오스틴 지역에 본사와 기가팩토리를 두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오스틴 인근 테일러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스틴을 보면 미래 성장성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만약 제가 조금 더 젊었거나, 다른 업종을 생각했다면 오스틴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였을 것 같습니다.


아이를 생각하면 더 복잡해지는 마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텍사스는 주 자체가 크고, 주립대학들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텍사스 A&M, 휴스턴대학교, 텍사스텍 같은 학교들이 있고, 졸업 후에도 텍사스 안에서 다양한 취업 기회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있습니다.

미국 사회도 생각보다 지역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살면서 느끼게 됩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학연이나 지연과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닐 수 있지만, 학교 친구, 동네 친구, 지역 커뮤니티가 오랜 시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합니다.

만약 아이가 텍사스에서 계속 자랐다면, 그 안에서 친구를 만들고, 학교를 다니고, 대학과 취업까지 이어지는 안정적인 기반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민자인 부모로서 제가 만들어주지 못했던 어떤 바운더리를 아이가 그 지역 안에서 자연스럽게 가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달라스를 선택했어야 했을까요?

솔직히 지금도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달라스를 선택했더라도 결국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을 수도 있습니다. 오스틴을 선택했더라도 생각보다 저와 맞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다른 선택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 도시가 달라스입니다.

휴스턴에서 살았던 시간도 후회하지 않고,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온 선택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끔은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달라스를 선택했다면 내 삶은 조금 달라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없지만, 그 질문 자체가 저에게는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이주는 단순히 도시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삶을 만들고 싶은지를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텍사스를 떠난 지금도 가끔 달라스가 떠오르는 이유는 도시 자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곳에서 이어질 수도 있었던 또 다른 삶이 궁금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